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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한다 고로 쓴다. 박연선


박연선 작가는 만화책 마니아다. 데뷔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등장하는 발랄한 여주인공, 엽기적인 사연, 심각함을 포장하는 유머 감각은 만화적인 상상력에 빚졌다. 덕분에 이들 작품은 시대의 온도와 채도를 짚어낸 청춘 영화, 로맨스 코메디의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드라마 <연애시대>로 넘어 오면서 박연선 작가는 삶의 표면과 이면을 함께 이야기하는 속 깊은 스토리텔러가 됐다. 사랑하고 사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오해, 그로 인한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곧 우리 이야기였다. 그녀는 '부지런히 이야기해야 하는 박연선 1기'가 끝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박연선 2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2기에서는 더욱 짠한 유머를 가진, 혹은 치명적인 운명 앞에선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상상은 더욱 강력해졌고, 그만큼 세상사는 더욱 흥미진진 해졌으니까.

 

10월 방송예정인 <얼렁뚱땅 흥신소> 와 <연애시대>는 너무 다른 애기 아닌가? <얼렁뚱땅 흥신소>가 흥신소를 배경으로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면 <연애시대>는 발상과 과정의 보물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돈이 다를 뿐이지, 어른들의 성장이야기랄까? 늘 찌질하고 가난하게 살던 이들이 지갑이 비어 있을 때 배가 더 고파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웃기면서도 짠하다. 그나마 방송 나갈 정도는 다 써놓고 나니 맘이 편하다.

 

쪽대본이 난무하는 방송가에서, 당신은 부지런한 스토리텔러인가? 16시간 분량의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깜깜한 밤, 선봉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내 뒤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바싹 쫓아오고 있다. 하지만 일행과 너무 붙어서 가면 길을 잘못 들었다 해도 돌아갈 수 없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꺾일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데 퇴로도 없다고 생각하면 죽을 맛이다. 그게 싫어서 빨리 쓰는 거다. 하루에 20신, 20분 분량 쓰는 것이 목표다.

 

누군가가 “박연선은 딱 작가 스타일” 이라고 했다. 당신은 작가의 어떤 면모를 갖췄나? 뭔가를 배우거나, 시도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시작은 늘 일상의 사소한 사건을 단초로 한 상상력이다.할머니가 어린 손녀에게 “다신 찾아오지 말아라”라고 하는 걸 듣고는 혼자 이야기를 상상하는 스타일, 그래서 한 줄에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어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역사책을 좋아한다. 밖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편이 아니라 잡지도, TV도 보지 않는. 조용히 생각만 많이 하는, 게으른 스타일이다.

               

                          (연애시대 관련 부분 중략)

 

‘박연선다운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인가? 그건 잘 모르지만, 나답지 않은 건 있다. 감정이 두드러지고 과잉되는 것, 난 관조하는 편이다. 은호가 아이를 잃었을 때에도, 내가 힘들 때에도, 또 다른 내가 날 위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않나? 화나고 슬프다고 길거리에서 소리지르진 않는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는 너무 많이 표현한다. 사랑이 세상 가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정통 멜로만큼은 피하고 싶은 이유다.

 

작가에게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스타일 없는 작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SF 대작도, 누아르도, 하드코어도, 장르를 뛰어 넘어 쓸 수 있는 작가.

 

당신은 만화의 여왕이라고 들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 중국 작가 위화의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그는 진실은 일상 이면에 있다고 믿는 작가다. 특히 작가 후기에 이런 게 있다. 작가의 덕목은 상상력과 직감이다! 상상은 누구에게나 자유지만, 직관 없는 상상은 잡생각에 불구하다는 걸 배웠다. 요즘 나의 화두다.

 

언제 처음으로 이야기꾼으로 살아야겠다 생각했나? 어릴 때부터 베개머리맡에서 온갖 상상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난 시골출신이다. 밤은 길었고, 혼자 있을 때마다 상상을 했다. 하이틴 로맨스 류의 상상이었지만,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행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 꿈은 작가가 아니라 사장 부인이 되는 거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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